글/시
수마의 방
Lim_
2016. 9. 1. 01:36
수마의 방
나는 누구냐.
눈을 뜨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단지 내 감옥의 이름만을 나는 안다.
감옥 문을 열기 위한 열쇠의 이름도
나는 내려 받았다.
나의 소굴은 내륙의 검은 공기와 닫힌 공기로
수 년 전 도시의 호흡을 전부 빨아들인 채
안팎으로 철저하게 잠기었다.
권태의 무게 속에서 나는 계속 잠에 빠져
나의 세계에서 태양을 지운다.
송장의 냄새가 난다
송장이 남긴 발자국의 내음도.
일견 아무것도 없는 내 방
실은 거하는 것만으로 영혼의 숨을 헐떡이게 하는
철학가들의 시취로 가득하다.
향수(鄕愁).
나의 고향이 아닌 곳에 대한 노스탤지어.
내가 몇 번이고 다시 태어났던 고요와 진공의
처절하게도 풍요로운 상실의 땅에 대한.
아, 누군가가 늑골 속에서
죽어간다.
나는 누구냐.
몇 개의 시공에서는 몇 개의 대답이 있었다.
여기서는 아무 대답도 없다.
나는 나를 부정하는 유물론 속에서
인간이 아닌 유기적 기계가 되고
관절들에 녹이 슬고 어둠 아래 눕는다.
금산철벽에 졸린 눈으로 마주 앉아
다리를 잃은 나는 턱을 괴고
몸에서 땅으로 뿌리가 내리려는 것을 걱정하며
권태 속에서 기다린다.
나는 기다린다. 어쩌면 문이 열리려는
징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