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아름다운 사람

Lim_ 2016. 4. 6. 03:07

아름다운 사람



내 인간으로서의 자격은 반투명한 종이봉투 안에 있다.

밤바다에 생명을 던졌다. 흰색 가운을 입은 이들이 그것을 건져냈다.

유기물과 무기물의 차이를 알 수 없게 되었다. 거리는 모자들로 가득했다.

거추장스러운 몸뚱어리가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졌다.

나는 욕설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벗어날 수 없었다. 내 얼굴에 침을 뱉었다.

니코틴과 카페인이 오랜 세월에 걸쳐 나를 이상한 형태로 만들어놓았다.

햇빛이 두려워 도시의 지하로 기어들어갔다.

그곳에서는 불분명한 그림자들이 말없이 독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우리는 정적뿐인 축제 속에서 행복했다. 누군가가 경외심을 담아

「에-틸알-코올!」이라고 외쳤다. 나는 조소하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그를 이해했다. 우리들의 혀는 고장 났다.

노란 인공광이 태양을 대신할 무렵 거리로 나왔다. 이제 사람들은 모두

달걀귀신처럼 표정이 없었다. 나는 불이 켜진 카페로 들어갔다.

볶은 커피 원두의 냄새가 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나는 쓰러져 울었다.

어깨가 굽은 점원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나는 감격적인 형제애에 다시 울었다.

「우리는 모두 형제입니다.」 나는 꼬인 혀로 말했고,

나는 테이블의 손님들이 끄덕이는 것을 본 것 같았다.

사랑합니다. 모두를 사랑합니다. 세상 전부를 사랑합니다.

내가 말을 마칠 무렵 흰 가운을 입은 이들이

나를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 카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는 그들조차 사랑했다. 그들은 나를 인간으로 만든다.

비록 인간이 된다는 것이 끔찍이도 비참하지만.

누군가의 아들로 태어난다는 것도 동일하게 비참하다.

「당신은 실망과 수치만을 세상에 뿌리고 다녔습니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옳습니다. 그것이 내가 당신들을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인격이 내 혈관에 주사되었고 나는 행복감에 눈물 흘렸다.

카페 손님들의 박수갈채 소리가 들렸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이제 집으로 갑니다.

무대에서 퇴장하는 마술사처럼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늘 밤에도 깨진 체온계에서 흘러나온 수은처럼

달이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