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한 남자의 노래
취한 남자의 노래
누군가 외쳤지. <섹스는 지저분하고 지겨워.>
아하, 참으로 그렇지. 그런데 그는 오직 남자와만 섹스를 해본 남자 이성애자였어.
우리는 제대로 된 음식을 먹을 자격이 없어. 우리 손엔
피 한 방울 묻지 않았으니까. 나가, 나가. 날고기들이 부르고 있어.
보이지 않는 피가 더 무섭다는 걸
모든 혈흔을 보는 사람은 알고 있지. 그러니까 우리는 멍청하고 순진해.
언제부터 사람들이 움직이는 고기인형으로 보이기 시작했을까? 언제부터?
<아무도 현명해질 수 없어!> 산골짜기에서 사는 염세주의자가 외치네.
그는 자연조차도 사랑하지 않아. 그의 동굴 주변에서는 풀도 자라지 않아.
매년 하나씩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고, 마지막 하나가 남았을 때에는
도끼를 쥘 수가 없어. 안녕! 부디 내가 지옥에 가기를 기도해주시오!
왜냐하면 영원한 고통이야말로 진실한 평화니까. 게다가 말이지,
게다가 지옥에서 함께 유황불에 불타며
울부짖는 사람들을 보면
나는 정말 기분이 유쾌해질 거야. 나는 목젖을 다 드러내고 깔깔거리며 웃겠지.
그래, 나는 그 그리스 수도자가 존경스러워. 그는 자신이 절대로
성욕을 뿌리까지 없애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손도끼로 자신의 남근을 끊어버렸거든. 다소 멍청한 짓이었지만,
일단은 최선의 선택이었지. 섹스는 멍청하고 더러워. 그래서 난 내가 태어났다는 사실에도
구역질이 나. 내 아빠, 엄마는 섹스를 하지 않았지만, 내 아버지, 어머니는 섹스를 했지.
사실 난 차라리 교미라는 단어가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그 단어에는
이유 모를 역겨움이 묻어있거든. 나는 잘못 착상되었어.
어린 시절 과학 시간에, 사마귀 암컷은 교미 직후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사실을 배우고
많이 울었지. 수컷은 왜 반격조차 안 했을까? 왜 자신의 정자로 들어찬
암컷의 배를 찢어버리지 않았을까?
아, 그냥 신경 꺼! 네 혈관에 헤로인이라도 주사하도록 해.
정말로 눈을 뜨고 세계를 본다면 도무지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니까,
그냥 네 현금카드로 코카인 가루나 곱게 다지도록 해. 그것도 일종의 수음행위지.
혼돈 속에서 혼자 제정신을 차리고 있으니까 괴로운 거야. 하늘을 봐, 하늘을 봐,
운명이라는 카오스가 아무렇게나 광기를 던져대고 있어.
<네 뇌를 설득시켜. 세상만사가 켜졌다 꺼지는 불꽃이라는 걸 알고 나면, 비극도 비극으로 보이지 않을 거야. 살인마들은 살인을 하는 게 일이고, 강간마들은 강간을 하는 게 일이고, 지금도 바깥사람들이 울고 외치고 지랄하며 바닥에 뒹구는 이유가, 애들 소꿉장난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점화! 그런데 내 양심은 어딜 간 거야?
―처음부터 없었어. 바보 같으니!
아! 노래를 하니 기분이 좀 낫군. 음악이라는 것도 지금에 와서는 오물투성이가 되었지.
빌어먹을,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우리는 모두 혼자고, 누구와도 연결될 수 없어.
만일 네가 누군가와 연결된다면, 그건 네가 누군가에게 침입하거나, 혹은 침입 당했다는 얘기야. 무슨 소린고 하니, 즉 죽음에 이른다는 말이지.
세계는 그냥 세계야. 아무 의미도 없지.
우리가 기억해야할 단어는 세 가지 뿐이야.
무작위.
무자비.
무의미.
그거 세 가지면 너도 세계를 만들 수 있어. 개미굴에 물을 붓듯이.
저 소리가 들려? 대천사들이 나팔을 부는 소리야. 이천 년 전부터 계속 말야. 웃어! 웃어!
이 세계에선 모든 게 다 싸구려 농담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