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시

불타는 것들

Lim_ 2015. 5. 23. 05:48

불타는 것들

 


보헤미안의 모습으로 도시 뒷골목을 거닐 때
하늘에는 태양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반쪽짜리 달이 뭔가를 외쳤고
나는 알아듣지 못하여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건물들의 잔해를 헤치며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을 찾아 헤맸다.

 

자유를 추구하거나 자유밖에 알지 못하거나
거추장스러운 것은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굳은 피로 만든
두꺼운 사슬이었다.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은
이미 사형수의 피로 채워진 늪에
빠져버려
그들의 완전한 사회를 노래했다.

 

달이 또 한 번 무언가를 외쳤고
내륙의 도시에서 자란 나는 아프리카의
뜨거운 열기가 마시고 싶어
가본 적도 없는 고향의 노스텔지어를 울부짖었으나
아, 눈물은 다 말라있었다.
내 심장의 피조차 말라있었다.

 

이 건조한 도시에서 도대체 무엇을 만들 수 있담?
나는 의문하면서도, 커다란 캔버스에
불타는 숲을 그렸고
뛰쳐나오는 짐승들과 가죽이 타버린 갈색 여인들을 향해
손을 뻗고, 옳아, 그때서야 나는 울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곳에서
낡은 술병에 담긴 독주를 꿀꺽꿀꺽 삼켰다.
왜냐하면 나에게도 평화가 필요하지 않았겠는가?

 

아니야! 그렇지 않다. 결코
평화는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더 많은
더 독한 광기를 향해 혀를 뻗었다!
의사들의 알약과 불이 붙는 술잔들 그리고
감금 되어 등이 굽은 자들의 희열, 그런 것들이
나를 썩히고 있었고, 나를 썩히는 것은 희망과 평화였다.
<네가 앙드레 지드의 단말마를 잊을 리가 없다.> 존경해 마지않는 사탄이여.

 

달이 또 한 번 소리 질렀다.
그때 나는 그것을 이해했다. 달은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것은 계시였다. 또 한 번의 엑소더스가 필요했다.
그러나 오로지 한 명 만을 위한, 하나의 영혼만을 위한
바다로, 바다로!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나의 항해는 끝이 없어야할 것이다.
바다가 뒤집어지는 파도와 해일을 마주할 때
불타는 물과 익사자들의 시체가 나의 작은 나룻배 안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나는 나의 죽은 형제들을 위해 환희의 비명을 지를 것이고
적그리스도라는 거창한 이름을
기뻐하며 내 몸에 낙인을 찍겠노라.

 

세계의 폭력과 미친 남자가 존재하는 한
세상은 아름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