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두통. 구토. 희열. 저 밤거리에 깔려있는 빛의 파편들.

Lim_ 2013. 7. 31. 02:39
 바닥에 잔상을 남기며 굴러다니는 눈알이 보인다. 하늘에는 천둥소리: 분명 밤에 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협하기 위한. 내 방의 벽들은 두껍지만 나는 그 너머에 있는 사물들의 유령을 볼 수 있다. 약 여섯 시간 전부터 누군가가 내 귓가에 계속 속삭이고 있다. 그녀는 여자다. 그리고 내가 내 아버지의 아들이라는 것을 느낄 때마다 나는 수 년 전의 지옥으로 돌아간다. 여기에는 웃음이 남았다. 그러니까 끔찍한 침묵과 자학 끝에 남는 것은 오직 합선된 정신과 웃음 뿐이다. 모든 것이 다 쉬워졌다. 번쩍거리는 사람들과 고양이들의 눈동자 속에서 나는 그들이 외치는 것을 듣는다. <내 몸을 잘게 썰어줘.> 그렇다, 그대들의 욕망, 그리고 나의 욕망. 아니, 나는 욕망을 가진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욕망한다. 거울에 비친 내 마음을 보면 이천오백 년 전에 죽은 성인의 말마디들이 송곳으로 새긴 흉터처럼 드러나보인다. 그래서 나는 내 영혼의 창을 통해 바깥을 내다보았는데, 모든 것들이 엉망으로 뒤섞이고 각자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나는 몇 번 정도 웃었다. 내 감정이 분열되는 것을 느낀다. 조각조각, 몇 가지 색깔들로 반짝이면서, 그리고 저쪽에는 태어나기 전부터 친구였던 광기가 때를 기다리고 있다. 여덟 살 때였던가? 나는 어둠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래서 나는 새벽 두 시 쯤에 바깥으로 나가 가로등도 켜지지 않은 시골의 밤길에 앉아 몇 시간을 기다렸다. 뭘 기다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나는 태양이 지독히도 미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머니의 눈동자에는 원망이 가득했다. 나는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사람들은 모두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다. 그 뿌리는 공허와 허무를 먹으며 새싹과 꽃을 피우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자살기도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허무의 뒷면이 바로 자유라는 것을. 그리하여 모든 사람들의 손에 칼과 총이 쥐여졌다. 마침내 단 하나의 명확한 진실이 보였다. 광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고 동시에 모든 것의 목적이었다. 나는 어렸을 때: 내 심장을 갈비뼈 바깥으로 꺼내려고 몇 번인가 시도해보았다. 그러나 나는 자살시도자들을 증오했고 내 가슴에 남은 것은 지워지지 않는 흉터 몇 개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행운아가 되려고 했다. 행운아라는 것은 자신을 죽이기보다 타인을 죽일 수 있을 만큼의 자아를 가진 사람들을 칭한다. 나는 텔레비젼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욕하고 짓밟는 범죄자들과 눈을 마주친다. 그들의 이기심과 폭력성과 반사회성은 시원한 샘물이 되어 내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왔다. 나는 땅 속에 구멍을 파고 잠들어있는 매미 유충과 닮았다. 그러나 우화, 우화, 우화, 우화, 그리고 마침내 노래. 노래. 노래는 중요한 것이다. 누구나 노래를 하다가 죽어야한다. 그러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노래하지 않고 죽어간다. 노래하지 않는 매미는 의미가 없다. 니체가 말했던 것을 떠올려라. 우리 모두의 손톱과 송곳니가 충분히 날카롭고 갈증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을. 그러니까 복수란, 복수란 별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나의 복수 또한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행한 악행에 대한 복수가 돌아오고 돌아오고 대물림 되어 나에게까지 내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자의를 버려야한다. 그리고 내 손을 충동과 혼돈에게 맡겨버려야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나의 가슴은 구원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광기가 세계를 축복할 것이다. 곳곳에 잘려나간 살점들이 반짝이고, 그 반짝임 속에서 새로운 우상이 걸어나올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우상이 신이 되지는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친구들의 피와 뼈로 새로운 아이돌을 조각해내겠지. 그러면 모두 행복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사회윤리에 걸맞는 행복 같은 것은 소위 성인이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이 입을 열었던 그 순간에 모두 목이 졸려 죽었으니까. 그러므로 행복이란 바로 붕괴에 있다. 모두가 더는 행복해지려고 하지 않을 때, 불행과 고통과 혼돈의 구렁텅이 속으로 스스로 걸어내려가, 나락 밑바닥에서 전 인류와 만나게 될 때, 모든 사람들의 손에는 날카롭고 오래된 흉기가 들려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본성을 되찾고 죽음 속에서 희희낙락하면서 노예상태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광기가 언제나 웃음을 동반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우리는 우리의 인생을 더욱 즐겁게 만들 것이다. 더욱 즐겁게. 더욱 즐겁게. 마침내 우리의 영혼이 죄악과 피로 물든 시궁창을 초월하여 불경하게=위대하게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