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진실. 명백한.
Lim_
2013. 6. 22. 00:06
자, 꿈은 끝났다. 구원이라는 개념은 잠시 나에게 얼굴을 보였다가 그대로 질식해서 죽어버렸다. 나의 오랜 친구들이 내 팔을 잡아 끌었다.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자고 속삭였다. 나는 설득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빛이 환한 곳에서는 고통이 배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관념의 흉기로 다시 내 정신을 갈기갈기 찢어놓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유일한 생존방식이라고, 이전에도 나는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영감이 나를 지배했다. 인간적 정신과 괴물적 정신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자주 발견되는 그것이, 잡아먹을 듯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래, 결국 나를 살게 할 셈이란 말이지?> 나는 몹시 웃으면서 지껄였다.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우스워졌다. 내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어떤 불행도 농담거리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나는 내 가슴에 광증이라는 이름의 못을 하나 더 박아넣었다. 그러자 모든 것이 다 편안해졌다...... 이 분열된 시야도, 심장을 찢는 고통도, 사막 한가운데 떨어진 것 같은 고독도, 수십 개로 나뉘어 서로 논쟁을 벌이는 정신도, 내 주변에서 뛰노는 환각들도 다시 나의 친구가 되었다. 나는 스스로를 나약한 놈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가치관마저 붕괴되고 나면 나약하고 나약하지 않고는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죄악감과 수치도 광기의 문 안에서 유린당하고 소멸할 것이다. 나는 다시 선량한 이들이 사는 집의 창문가에서 비열한 유혹을 던지는 그림자가 될 것이다. 모든 것은 썩어 없어지기 마련이다. 죽음이라는 시커먼 구덩이는 모든 개념과 형상들을 집어삼켜버린다. 삶과 자유는 손에 들린 흉기와 같다. 저 위에서 누군가가 내려다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 나는 기꺼히 받아들이리라. 모든 죄는 벌을 끌어들인다.
*
(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
(아,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세계가 꽃과 나무와 번쩍이는 빛살과 이슬이 맺힌 풀들로 찬란하게 빛났었습니다. 나는 인간의 얼굴에서 희망을 보았고 최초로 인간의 눈동자와 마주했으며 나의 광증은 피안의 저편에서 내밀어져온 손길에 산산히 부서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누가 운명의 무자비한 의도를 알겠습니까? 나의 희망은 내가 막 가지게 된 신성한 세계를 집어들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나는 몇 번이나 산 꼭데기에 올라갔고 이제 뛰어내린다고 중얼거리면서 온 몸의 뼈가 부서진 시체의 환상을 보았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나의 오랜 친구인 광기가 나의 팔을 붙잡았습니다. 그는 헤로인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좋아, 안 될 것 없지. 나는 이미 여러번 죽었어. 삶 같은 것은 믿지 않았어. 내게는 여전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두 손이 있고, 법칙의 진짜 이름은 태초부터 혼돈이었어.
나는 환희에 차서 낄낄 웃었습니다! 그 환희는 예전에도 몇 번이나 맛본 적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기보다는, 차라리 내 생명의 원동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봐, 그래서 너는 고통의 어깨를 감싸안았군! 너는 우리 모두를 친구로 삼고 사랑할 작정이야! 불행이 말했습니다. 나는 그의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습니다.
나는 잠깐이나마 인간이 되었었지만, 그것은 꿈의 거품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거울을 보니 온몸에 흉터가 새겨진 정신불구자가 서있었습니다. 나는 자지러지게 웃었습니다. 그것은 환각이었어. 망가진 자는 영원히 고독할지니!
한때 찬란하고 붉은 아름다움으로 가득했던 하늘을 보았습니다. 정다운 어머니인 죽음이 상냥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내가 다시 당신의 품으로 돌아왔다고 살갑게 알렸습니다. 이제 나는 당신이 하는 일을 도와줄 것입니다. 당신이 부지런히 아들들의 가슴 속에서 심장을 빼어갈 때, 나는 열광적으로 노래를 부를 것입니다.
비참! 비참! 그러나 그것이 무슨 대수람? 그것은 당신의 부품과도 같은 것입니다! 인간의 정신을 구성하는 것은 고통과 고독과 비참과 허무와 언어가 되어 나오지 않는 소름끼치는 욕지거리들입니다! 모두 함께 웃읍시다. 왜냐하면 우리는 자유가 아닙니까?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독인 자유가 우리의 심장을 중독시켜버리지 않았습니까? 나의 허파에는 끔찍한 술이 가득 차서 내 머리는 취해버렸고 온갖 즐거운 환상들이 잔치를 벌이며 서로에게 칼부림을 하고 있습니다.
아! 잡설은 그만 둡시다. 요는 우리들의 어머니는 우리 모두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녀의 자비로운 손길을 보십시오. 쾌락과 관능과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무자비한 손길을 보십시오. 우리는 무상 아래서 춤을 춥니다! 그것이 본질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나는 수십 년간 지옥에서 살다가, 잠시 인간도로 끌어올려졌다가, 이제는 가슴에 수라의 얼굴을 품은 괴기한 영혼이 되었습니다. 정리하자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환영의 박수로 나를 맞아주십시오. 너무 깊은 꿈이었고 너무 짧은 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