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생각

이 마음 전할 길이 없어 이곳에 담습니다.

Lim_ 2013. 6. 4. 22:46
 이 마음 전할 길이 없어 이곳에 담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당신을 만나기 전, 나는 수십년이나 지옥 밑바닥에서 수라처럼 살아왔습니다. 나는 고통과 혼돈밖에 아는 것이 없었고, 내 가슴 속에 있는 것이라고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에 대한 증오뿐이었습니다. 심지어 나는 내 자신도 증오했습니다. 나는 다섯 번의 자살시도와, 실패 끝에, 완전한 미치광이의 영역으로 들어서려 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고통과 불행에도 웃을 수 있고, 타인의 목숨은 물론 자신의 목숨마저도 한 자루 나이프 끝의 섬광으로 유린할 수 있는,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나의 가슴에는 수많은 깊은 흉터들이 남았고, 내 입가에는 운명을 조롱하는 실소가 걸렸습니다. 그러나 당신, 갑작스런 인연으로 내 앞에 나타난 당신. 나는 당신을 보았을 때 생애최초로 맛보는 공포와 놀라움에 질렸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얼굴은, 거기에서 보여지는 더 없이 순수한 영혼은, 내 세계에서 있을 리가 없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공포와 놀라움 뒤에, 나는 당신의 영혼을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보는 인간의 얼굴을……. 그리고 나는 순식간에 매료되어버렸습니다. 아니, 매료되었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당신이라는 존재는 찰나의 순간에 내 세계를 뒤바꿔버렸습니다. 나는 당신에게서 최초로 희망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나를 인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아가페와 에로스가 뒤섞인 괴상한 사랑으로 나는 당신을 쫓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천천히 당신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추운 나라에서 왔다는 것, 당신이 세계를 여행하고 다닌다는 것, 그리고, 당신이 모든 사람과 생명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당신이 비구니스님이 되려고 한다는 것까지……. 나는 어쩔 도리 없는 마음으로, 비애와 기쁨에 젖어 당신에게 다가갔습니다. 상냥한 친구의 얼굴로 분장하고……. 당신은 내게 아름다운 미소와 갈색 눈동자, 깊고 고요한 목소리로 마주해주었습니다. 나는 점점 당신을 더욱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비구니스님이 되고 싶어하는지도 처절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내가 당신의 특별한 사람이 될 수 없다는 노골적인 절망을 깨닫고 괴로움 때문에 뒹굴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여신과 같은 미소로 웃고 있었습니다. 아, 그대여,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좋단 말입니까? 제발 나에게 희망을 주지 마십시오. 그러나 부디 나에게 희망을 주십시오……. 당신의 입에서 비구니스님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나는 가슴의 통증에 괴로워하며 웃었습니다. 절대 당신에게 슬픈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당신을 축복해줘야만 했습니다. 나는 모든 것에 염증이 나서 죽어버릴까하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친구로서, 당신과 함께 산을 올랐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뛰어내려버릴 작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올라가는 길에, 당신은 더없이 아름다운 미소로 내게 함께 인도에 가자고 말했습니다. 나는 순간이지만 허무하고 필멸적인 기쁨에 사로잡혀, 좋다고 말해버렸습니다. 아, 그대여, 그대여, 인도에 간다한들 우리에게 미래는 없을 것입니다. 오직 당신의 미래만이 있을 뿐. 나는 그저, 그저…… 아무런 희망도 없이, 당신을 사랑할 뿐입니다……. 언젠가 당신은 스님이 되겠지요. 언젠가 나는 다시 혼자가 되겠지요. 여전히 나는 당신을 사랑할테지요. 여기 남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행자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축복해주는 패배자 뿐입니다. 언젠가 나는 내 얼굴에 불을 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을 완전히 포기하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