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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궁전

글/시 2018. 12. 18. 05:06 |

물의 궁전



은빛으로 빛나는 얇디얇은 호수 위에 정령 하나가 걷고 있다

발끝으로 파문을 만드는 그 발목의 움직임은 물빛이다

밤에 취한 사원들, 커다랗게 입을 벌린 지붕들

정령은 생명이 없기에 죽음을 몰라라

오, 수면에는 무너진 나룻배! 나는 관조한다.


이곳이 시체들의 묘지라는 것은 모두가 잊었고

정령이 그것을 잊게 한다, 정령은

밤에서 나왔고, 호수에서 나왔고, 달에서 나왔으며

우리가 숨 쉬는 공기가 망각 속에서 농축된 시취라는 것을

부정하기 위해서 나타났다.


기나긴 날숨……

시간은 쓰러져야만 했다.


흰 나락, 정령은 내려다보고

높이와 깊이가 뒤엉겨버린 호수는 종말의 표정

그것은 아름다운 웃음이다. 관조하던 나는 즉사하고

즉사해야만 했고

대리석의 균열 사이에 핀 암청색 풀잎이

다음 생애를 가리키고 있으니!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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