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트아미노펜이

글/시 2024. 3. 22. 21:17 |

아세트아미노펜이


그러니까
펜잘이나 타이레놀
뭐 그런 거

그런 게 마음의 아픔도
공포나 불안 같은 거
뭔지 알지 그런 거

달래
준다고
과학자들이 그랬더라고
친구가 말했다

마침 번민하던 차에
그래서, 그거
번민에도 듣냐
물어봤더니만

그런 것 같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그런 것 같댄다

염병
약 먹고 행복해질 것 같았으면
내가 인마,
진즉,
아,
됐다 인마......

고개 들자
비구름이 짓누르는
얕은 산능선

조명더럽게밝은
골프장

잔디 한 번
잘도 깎아놨네

불 밝다
밤이다
자러 가자

Posted by Lim_
:

아등바등 악에 받쳐가지고


날짜 확인하려고 테이블을 보니
약이
삼 일치 남았다.

사서보관해놓고삼키고마침내남은
삼 일

삼일?

달력이고 일수가 무슨 대수라고
만세부르고 다닐 것도 아니고
머리 꼭대기에 해뜨면 일수가방 들고
설치는 놈들이나

은행 달력 나눠주며 이 날이
원금 이자에 생명 갚을 날이라고
지껄이는
놈들이나

더러는
남의 돈으로 일 개월 사러
병원 가는
미친놈이나……

아아.
아아아아.

삼 일이라기보다
삼생(三生) 같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발.

그래도
아니,
그런데,
이 꼬락서니들 왜이리
증오스러울만치 아름다운지
당최,

그러니까, 그래서, 아무튼, 때문에,
아니, 모르겠고, 일단은,
오늘도 구른다

Posted by Lim_
:

섧고 추하고 고독하고

글/시 2024. 2. 27. 11:20 |

섧고 추하고 고독하고


빌라 옆 동 사는 아저씨가 새벽부터 지랄이다
새벽부터
60분 주기로 옥상에 올라서서는
야 이 씨발년들아
받들어! 총!
씨발년들아!
받들어! 날
받들어!

담배 태우러 나갔더니
동네 사람들 웅성웅성
집단을 군중을
대중을 뭐 그런 걸 이루고
웅성웅성
누구는 112에 전화를 하네

당신들 이 동네 몇 년 살았습니까?
다들 수십 번씩
드러낼 거
다 드러내 놓고서는……

그렇게 모여있으니
담배도 못 피우겠잖아

시간은 얼추 오후 두 시
아저씨 다시 한 번 옥상에 나타나고
오우, 쓋
오 마이 갇
오케이, 쏘리

낄낄낄

나는 담배에 불 붙이고

아저씨
받들어줄 사람도 없이
퇴장.

Posted by Lim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