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길로 가야하는 지를 모르겠는 것이 아니라, 길이 어디에 있는 지를 모르는 것이다.
 찬란하게 빛나는 목적지는 눈에 보이나, 그것은 도달점이 아닌 황량하고 고독한 드넓은 영역이기에, 나는 방위를 헤매고 마는 것이다.
 카타르시스라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인지 잃어버린 뒤로, 나는 대단원 없는 비극의 위를 계속해서 걷고 있다.
 나는 부서지고 깎이며 고독과 고통에 비명지르고 있지만, 한 모금의 물을 갈구하는 지독한 갈증 때문에 더 이상 제동장치도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한 모금의 물>이라는 것도 환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나를 더욱 옥죄어온다.
 때로는 목표가 있다는 것이 오히려 괴롭다. 나는 포기하거나 그만 둘 수도 없는 탓이다.
 나는 살고 싶지 않다. 그러나 사는 것 외에는 아무 방도도 없다.
 내 영혼은 항상 금단증상에 허덕인다. 그것의 욕구를 채워줄 약물이 어디에도 없는 까닭이다.
 오로지 깊디 깊은 고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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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의 이름

글/시 2014. 8. 17. 23:44 |

난민의 이름


내가 얼마 되지 않는 내 봉급에도 마음 주는 일 없이
깜깜한 창밖만 내다보며
종이를 앞에 두고 게으름에 뒹구는데도
형광등은 오로지 낮이라고 빛난다 그것은
버러지의 시체들로 그림자놀이를 하며
창백하게 내 눈동자를 깨우며 흔드는 것이다

오히려 내 눈동자는 피로해 눈앞이 벌겋고
다음 달에도 봉급은 많을 일 없을 것이다
그것은 내 소관도 아니며 나는 그저 버리고
가끔 전철에 몸을 싣을 때 보면 반드시 눈 보이지 않고
다리 성하지 않은 사람들이 비렁질 바가지 들고 있을 때
나는 주머니를 뒤지며
내 봉급을 꺼내는 것이다 그저 그 짤그랑 소리 들으려고

날씨는 미쳐 벌써 긴팔을 입지 않으면
차라리 소주를 마셔 혈관을 데워야 하고
전철에 탔을 때 내 옆에 앉은 동무는
하모니카 불며 구걸하는 저 장님이 돈푼 받을 자격이 있느냐고
누구에 대한 것인지 모를 노기 섞인 목소리로
그러는 것이다 돈푼 받을 자격이느냐고

모른다 나는 알 도리가 없다
오히려 이유가 있노라면 돈 많고 부자인
그런 사람들을 내가 만날 일이 없는 까닭이고
나는 소주 한 병과 담배만 있으면
밥이 없고 옷이 없어도 서글퍼본 적이 없는 까닭이고
가난이라는 것이 이미 내 심장에 쐐기를 박아
가난이 싫을 수도 없는 까닭이다

나는 어릴 때 아버지가 하모니카 불었던 것을 기억하고
또 늙으신 할아버지는 딱 저 절름발이 걸음으로 걸었던 것을 기억하고
목을 못 가눠서 슬픈 저 바보는 우리 어머니 동생과
똑 닮은 눈을 하고 있는
그런 것들을 기억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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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글/소설 2014. 8. 13. 22:05 |
2014/8/4 완성.

1. 척 팔라닉의 <질식>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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