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의 기도

글/시 2018. 10. 7. 01:41 |

가을밤의 기도



나는 습기 찬 밤거리에서 신에게 기도를 올렸다

내 눈은 밤으로 가득찼다

희망은 없었고, 거부했다, 보이는 것은 죄와 오물

신의 아이들이 흘리고 간 후회 가득한 시간의 흔적들

혼돈의 구렁텅이에 잠겨 은하수처럼 천천히 회전하는

어둡고 소음 가득한 도시에 내가 있었다


신에게 기도하면서도 나는 그를 믿지 않고

다만 한 번 물었다, 내가 사랑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구원해 줄 수 있었느냐고

딱히 그에게 내기를 제안하지도 않았다, 나는 사람의 자식이니

그저 나는 계속, 당신이 현현할 리 없는 인간들의 세상을

육지가 없는 바다를 헤엄치는 심정으로 처참히 살아갈 터이니

어쩌면 내가 사랑할 수도 있었던 사람들을

어쩌면 당신이 구원할 수도 있었느냐고


어느 날 세계가 빛에 감싸여 거짓과 절망조차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신성모독적인 신음을 뱉으며 다친 개처럼

기어 다닐 것이다

이마에 낙인찍힌 분노를 가릴 생각도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하며

질병과 고통으로 삶을 있는 힘껏 칠할 것이다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니

사람이 아니게 될 그 날까지

당신 없이 마지막 한 발자국을 찍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단 한 번도 웃음 짓는 일 없이 기도했다

하늘에 내가 돌아갈 자리가 없어도 되니

평안을 바랐던 사람들에게

평안을 줄 수 있는지


한 번

물어나 보았다

Posted by Lim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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